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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그 이후-일본 산케이 신문 사설을 보고

10월 20일에 올라온 일본 산케이 신문의 내용이랍니다.

일본신문 논설에 실린 기사내용을 간추리면 <한국인들은 김연아가 은퇴한 후에 김연아같은 수준의 선수를 보려면 아마도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일본은 체계적이고 꾸준하게 유망주를 발굴하고 투자하여 현재도 아사다마오 뿐만아니라 세계정상급의 선수가 10명에 이르고 세계주니어대회에서 상위클라스의 선수가 20명에 이른다. 당장은 김연아에 밀리겠지만 장기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김연아 혼자에게 전적으로 매달리는 한국보다 우리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위에 있다.또한 우리가 100여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실내빙상장이 고작 10여개밖에 없다는 사실만 봐도 김연아 이후의 한국 빙상은 없다고 단언한다>

과연 포스트 김연아는 없을 것인가?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스케이터를 보유한 이 시점에서 이런 생각이 너무 시기상조라 저도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바둑 황제 조훈현

때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만 해도 세계 바둑은 일본이 압도적이었는데요 프로 기사 수가 우리 나라에 비해 100배가 넘었습니다. 일본 바둑이 곧 세계 바둑이었죠. 그러다 바둑 종가 중국에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섭위평 구단입니다. 그 즈음 대만인 응창기씨가(갑부라고 하는데 섭위평 구단의 팬이라고 합니다) 첫 바둑 세계대회를 연다고 선언합니다. 우승 상금 40만 달러. 세계 대회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비참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바둑 실력에 따라 기사들을 초청했는데 일본이 6명 중국이 4명 대만이 3명 한국 1명 미국 1명 호주 1명, 한마디로 한국이 미국 호주와 더불어 들러리가 된거죠. 한국기원 내에서 ‘그래도 2장은 줘야 되지 않냐?’ ’자존심 상한다.’ ‘불참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국내 예선전도 없이 단 한명의 고수 국수 조훈현 구단이 단기필마로 출전합니다.

일본에서는 고바야시 구단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고  중국은 당연히 섭위평 구단이 우승하리라고 봤습니다.(이 사람들 얘기하면 너무 길어서 생략)

놀랍게도 이 대회에서 조훈현 구단은 결승에 올라온 섭위평 구단을 3대2로 이기고 우승합니다. (대학때 바둑 동아리 였는데 그때 영상을 보며 울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바둑 후진국 취급받던 한국이 세계 1인자를 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조훈현 구단은 그 후 거의 십여년간 세계 정상에서 군림합니다.

이 때에도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조훈현 한 명 뿐이라고… 기전 수나 상금 규모, 프로 기사의 수에서 일본에게 상대가 안된다고… 천재 기사 한명으론 일본을 이길 수 없다고… 바둑 최강국은 일본이라고…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그런데 그 때 이후로 아직까지 한국은 바둑 최강국의 자리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프로 기사 수가 제일 적고 프로 기사 대접도 중국 일본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10개가 넘는 세계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상하게도 조훈현 구단이후로 10년 주기로 천재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훈현-유창혁-이창호-이세돌) 특히 세계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조훈현 구단의 제자 이창호 구단의 힘이 컸죠.

역대 응창기배 우승자-응창기배는 4년마다 열리며 바둑 올림픽이라 불림

1회(1989) 조훈현(한국)

2회(1992) 서봉수(한국)

3회(1996) 유창혁(한국)

4회(2000) 이창호(한국)

5회(2005) 창하오(중국)

6회(2009) 최철한(한국)

한국이 세계 대회를 계속 독식하자 일본은 바둑 인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수준도 계속 떨어져 요즘은 세계 대회에 명함도 못 내밀죠. 거의 우리나라 연습생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바둑은 15세 전후로 천재성이 나오고 20세 초 중반이 절정기이며 30세 이후는 점점 힘들어 집니다. 한국 바둑의 힘은 유소년기에 혹독한 훈련이 바탕이 된다고 보는데요. 우리나라 바둑 연습생은 그 실력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관련이 깊습니다. 천재는 어디나 태어나기 마련인데 그것도 끊임없는 훈련이 있어야만 천재 중의 천재가 나오게 됩니다. 한국 바둑은 유소년기에 정석적인 혹독한 훈련이 있었기에 적은 인원에서 꾸준히 천재를 배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피겨 선수가 일본의 1/70 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연아 이후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승냥이들이 많으실 텐데요. 연아 선수는 또 다른 천재를 낳을 것입니다. 한국 피겨 역사가 100년이라고 하니 1명의 대천재가 나오기까지 백년이 걸렸네요. 요즘은 피겨를 배우는 아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하니 분명 짧아질 겁니다.

훗날 연아가 지도하는 아이가 연아와 함께 키스앤크라이 존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그 날을 상상해 봅니다. 후~ 그때가 되면 전 거의 할아버지가 돼 있겠군요.

출처 : 다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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