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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페스티벌 김어준 강연 5

예를 들어보죠. 제가 십대 때 아라파트를 만나고 싶었어요.
아라파트가 누군지 아십니까?
PLO. 요즘으로 치면 빈라덴 정도 되겠네요. 빈라덴.
PLO의 의장.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의장.
뮌헨 테러라던가 각종 세계적인 테러를 주도했던 칠십년대 날렸던 테러리스트 두목이죠.

아라파트를 제가 십대 때 외신란에서 보고 그 사람이 만나고 싶었어요.
이유는 나도 몰라요.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아무도 나한테 아라파트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했어.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딘지 알아야죠.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인 모사드도 못 찾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찾아?

근데 이십대 중반이 되던 해에 그러니까 94년도로 기억하는데.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그리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의장인 아라파트 그리고 미대통령 클린턴, 이 세사람이 만나서 중동 평화회담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뭘 약속했냐면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되도록 도와주겠다.
협정을 맺죠. 평화협정을. 그걸로 노벨평화상 받았습니다.
그게 외신란에 났어요.
그리고 그 결과 아라파트가 전 세계 떠돌다가 이스라엘로 돌아 간 거에요.
이스라엘에, 성경에 여리고라고 나오는, 제리코, 여리고서 있죠. 성경에.
그 동네로 돌아온겁니다.
그 외신란에서 그걸 봤어요.

드디어 94년 제가 아라파트가 어디있는지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아라파트를 만나러 간다니까 제 친구들이 다 미쳤다.
그러나 저의 대답은 아라파트가 나더러 오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궁금하니까 그사람 바로 보러 가야겠다.
보러갔어요. 꾸역꾸역. 산넘고 물 건너서.
이스라엘로 가서 검은선 몇 개 넘고 어렵게 어렵게
팔레스타인 지역에 가서 사람들에게 아라파트를 만나야 되겠다고 하니까,
니가 왜 아라파트를 만나냐 그래서 내가
리스펙트, 리스펙트 한다 내가.
결국 그 사람들이 저를 차에 태워서 아라파트 집 앞에 내려 줬어요.

그 집앞에서 내리고 나서야 제가 깨달았습니다.
나는 아라파트에게 할말이 없구나.
그 전에는 몰랐어요, 제가.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한 겁니다.
하고 싶으니까 그냥 간 거 에요. 만나고 싶으니까.
그런데 집앞에 갔더니 그제서야 깨닫는 거죠.
내가 할말이 없구나.
그래서 아라파트집, 회백색의 2층 양옥이었는데, 집 벽에 길에서 사진을 한방 찍고 그리고 돌아왔어요.
그 다음부터 아라파트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 아라파트 만났다고 해요,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어쩜 그럴 수 있냐 그러는데 저는 그런 경우 참 많았어요.

다음에 계속…

출처 : 2010년 10월 청춘페스티벌2010 김어준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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